Literature(문학)/Poem(시)

나의 창은 / 이해인

2020. 7. 10. 13:09

 

 

나의 창은 / 이해인

 

산이

살아서 온다


저만치 서 있다가

나무 함께 조용히

걸어서 온다


창은

움직이는 것들을 불러 세우고

서서히 길을 연다

꿈꾸게 한다


기쁨을 데려다 꽃피워 주는

창은 고운 새 키우는 숲

창 속의 숲마을은

꺼지지 않는 불빛으로

밝아오는 고향


온갖 어둠 몰아내고

처음인 듯 새롭게

창은

부활하는 아침


갑자기 꽃밭이 되어

나를 데리러 오면

나는 작아서 행복한

여왕이 된다


하얀 날개로

하늘을 날으던 구름


어린 시절엔

그리 황홀했던 꿈

지금은 그냥 잊어만 간다


창은 - 나의 창은

오늘도

자꾸 피리를 분다

끝없이 나를 데리고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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