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시편들 / 이해인
세상에 발표되지 않은 나의 시편들이
오밀조밀 숨어 사는 책상 서랍에서
싱싱한 과일같은 행복을 꺼내 먹습니다
남에게 읽히지 않은 시들은
싫증이 나지 않은 무구한 얼굴
아무도 소유한 일 없는 귀한 보석을
손에 쥔 듯한 느낌
어쩌면 갇혀 있어 더욱 소중히 느껴지는
나의 언어들을
날마다 포옹하며 사는 기쁨이 있습니다
그들과 함께 살아가는 것만으로도
이 세상 모두를 얻은 듯
행복하고 감미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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