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한의학연구원 한약자원연구센터는 연구원 내 박건혁 박사 연구팀이 동물실험을 통해 백강잠 추출물의 파킨슨병 억제 효과를 증명하고, 그 작용 메커니즘을 과학적으로 규명했다고 23일 밝혔다.‘백강잠’이란 누에나방의 유충인 누에가 흰가루병에 걸려 몸이 굳어 죽은 것을 말린 것을 말한다.
파킨슨병은 뇌 속 도파민 분비 세포가 죽으면서 생기는 대표적인 신경퇴행성 질환이다. 신체의 떨림과 경직, 느린 운동, 자세 불안정 등의 증상을 동반한다. 특히 60세 이상 인구에서 발병률이 높다.
연구팀은 동의보감 탕액편 충부(蟲部)에 적혀있는 백강잠의 효능에 주목했다. 동의보감에 따르면 백강잠은 중풍ㆍ간질 등 뇌신경계 질환의 치료제로 사용된다고 기록돼 있다. 연구팀은 실험쥐에게 파킨슨병 유발 독성물질인 MPTP를 투여해 파킨슨병을 유도했으며, 백강잠 추출물을 5일간 먹여 개선효과를 관찰했다. MPTP는 체내에 들어가면 도파민 세포만을 손상시켜, 파킨슨병과 유사한 운동성 장애를 보이게 한다. 실험결과 백강잠 추출물을 투여한 실험쥐의 운동기능은 그렇지 않은 대조군에 비해 2~3배 가량 좋아졌다.
연구팀은 또한 파킨슨병 개선에 영향을 주는 항산화 효능을 알아보기 위해 실험쥐의 항산화 효소 발생량도 측정했다. 측정 결과 대조군에 비해 백강잠 추출물을 투여한 실험군의 신경세포에서 항산화 효소인 글루타티온 발생이 최대 3배가량 회복되는 것을 확인했다.
한의학연구원은 지난해 11월에도 동의보감에 실린 약재인 선태(매미 애벌래 허물)가 파킨슨병 환자의 운동기능을 개선한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한 바 있다. 당시 연구팀은 파킨슨병을 유도한 실험 쥐에게 5일 동안 선태 추출물을 투여한 뒤 운동 개선 효과를 측정한 결과 대조군보다 2∼4배 운동기능이 향상된 것을 밝혀냈다. 이 밖에도 벌ㆍ사마귀ㆍ매미 등 곤충류에서 얻은 추출물이 비알콜성 지방간을 막아주고, 자외선에 의한 피부 노화를 억제하는 효과를 밝힌 바 있다.
연구책임자인 박건혁 박사는 “선태에 이어 백강잠의 파킨슨병 개선 효과를 과학적으로 밝히며 동의보감 속 충부 한약재의 가치를 다시 한 번 과학적으로 입증한 계기가 됐다”며 “향후 충부 약재가 다양한 질환에 활용될 수 있도록 지속적인 연구에 매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종열 한국한의학연구원장은 “동의보감은 허준 선생이 수천 년 동안 쌓여온 임상 기록을 적은 동양의 의학서적들을 우리나라에 맞게 집대성해놓은 것”이라며 “현대에 들어 새로 합성하거나 만든 물질을 동물과 인간 임상시험을 통해 증명해 내는 서양의학과는 차원을 달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원장은“한의학연구원은 시급하거나 논란이 있는 것을 우선으로 해서 동의보감 속 모든 약재들의 작용기전을 과학적으로 밝혀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