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terature(문학)/Poem(시)

빈 꽃병의 말 1 / 이해인

2019. 8. 3. 21:28

 

 

 

 

르누아르

 

 

빈 꽃병의 말 1 / 이해인

 

꽃이여

어서 와서

한 송이의 사랑으로

머물러 다오


비어 있음으로

종일토록 너를 그리워할 수 있고

비어 있음으로

너을 안아 볼 수 있는 기쁨에

목이 쉬도록

노래를 부르고 싶은 나


닦을수록 더 빛나는

고독의 단추를 흰 옷에 달며

지금은 창 밖의

바람소릴 듣고 있다


너를 만나기도 전에

어느새 떠나 보낼 준비를 하는

오늘의 나에게

꽃이여

어서 와서

한 송이의 이별로 꽂혀 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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