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편지 / 이해인
철 따라 내게 보내는
어머니 편지에는
어머니의 향기와
추억이 묻어 있다
당신이 무치던
산나물 향기 같은 봄 편지에는
어린 동생의 손목을 잡고
시장 간 당신을 기다리던
낯익은 골목길이 보인다
당신이 입으시던
옥색 모시 적삼처럼
깨끗하고 시원한 여름 편지에는
우리가 잠자는 새
빨간 봉숭아 물 손톱에 들여 주던
당신의 사랑이 출렁인다
당신이 정성껏
문 창호지에 끼워 바르던
국화잎 내음의 가을 편지에는
어느 날
딸을 보내고
목메어 돌아서던
당신의 쓸쓸한 뒷모습이 보인다
당신이 다듬이질하던
하얀 옥양옥 같은 겨울 편지에는
끓어서 묵주알 굴리는
당신의 기도가 흰 눈처럼 쌓여 있다
철 따라 아름다운
당신의 편지 속에
나는 늘 사랑받는 아이로 남아
어머니만이 읽을 수 있는
색동의 시들을
가슴에 개켜 둔다
'Literature(문학) > Poem(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어머니의 방 / 이해인 (0) | 2019.02.06 |
|---|---|
| 어머니께 드리는 노래 / 이해인 (0) | 2019.02.01 |
| 어머니가 계시기에 / 이해인 (0) | 2019.01.29 |
| 언어는 돌이 되어 / 이해인 (0) | 2019.01.27 |
| 엄마와 딸 / 이해인 (0) | 2019.01.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