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밤이 가장 맛있는 시기다. 9월에 수확한 햇밤은 속이 꽉 차 있는데다 상하거나 벌레 먹은 것도 없어 어떤 밤을 선택해도 맛이 훌륭하다. 밤을 좋아하는 자칭 '밤 애정자' 중 한 명으로 추천하고 싶은 조리법은 가을엔 삶기, 겨울엔 굽기다. 가을만 해도 속이 마르지 않고 촉촉한 상태여서 삶았을 때 포슬포슬한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지만, 겨울로 넘어가면 보관 기간이 있다 보니 속이 말라 삶았을 때 조금 딱딱하거나 상한 맛이 나기 쉽다. 겨울엔 수분이 없어도 맛있게 밤의 탄수화물을 익힐 수 있는 군밤이 제격이다. 가을날 밤을 가장 맛있게 삶을 수 있는 법을 소개한다.
올가을에 나온 토실토실한 햇밤. 다이어트는 겨울부터로 미뤄야겠다.
[윤경희의 한 끗리빙] 밤 삶는 법, 밤 보관법
밤은 삶기 전 한 번 가볍게 씻어서 물에 담가 놓는 과정이 필요하다. 겉에 묻은 흙·먼지를 제거하면서 안까지 수분을 촉촉하게 채워주는 과정이다. 30분에서 1시간가량 담가 놓으면 충분한데, 이때 물에 굵은 소금 한 스푼을 넣으면 소독 효과와 함께 안에 들어 있는 벌레도 밖으로 빠져나온다. 속이 썩은 밤도 소금물 위로 떠오른다.
밤을 한번 씻은 뒤 깨끗한 물에 굵은 소금 한스푼을 넣고 30분~1시간 가량 담가 놓는다.
흐르는 물에 한 번 씻었는데도 소금물에 담가 놓으니 먼지 등 오염물질들이 위로 떠올랐다.
밤을 삶는 방식은 물에 넣고 삶거나 증기로 찌는 두 가지 방식이 있다. 물에 넣고 끓이면 밤의 단 성분이 물에 녹아 단맛이 덜해진다는 얘기도 있지만, 실제로 해보면 큰 차이가 없다. 취향에 따라 포슬포슬하게 푹 익힌 밤을 좋아하면 물에 넣고 삶고, 약간 단단한 정도로 익히고 싶으면 찌는 것을 택하자. 내 경우는 완전히 푹 익히는 걸 좋아해서 늘 물을 넣고 삶는 쪽을 택한다. 물은 밤이 다 잠길 정도로 넣는다. 처음엔 센 불로 끓이다가 물이 반쯤 졸아들었을 때 불을 중불로 줄여 20분, 그 뒤엔 불 끄고 5~10분 정도 뚜껑을 닫아 놓는다. 뜸을 들이는 과정인데, 밥을 할 때 뜸 들이기를 해야 밥의 찰기와 맛이 좋아지는 것처럼 밤도 뜸 들이기를 해야 맛이 더 좋다. 증기로 찔 때는 40~50분간 찌고 5분 정도 뜸 들이기를 하면 딱 맞다.
밤이 잠길 정도로 물을 넣고 끓이기 시작한다. 처음엔 센불, 물이 끓으면 중불로 20분 정도 삶는다.
물이 졸아들면 불을 끄고 뚜껑을 닫아둬 뜸을 들인다.
남은 밤을 보관할 때는 상온에 놓는 것보다는 냉장 보관해야 벌레가 잘 안 생긴다. 밀폐용기에 키친타월을 깔고 밤을 넣은 뒤 냉장고 야채칸에 넣어둔다. 이때 밀폐용기는 밤을 다 담고도 여유 공간이 있을 정도로 큰 크기를 선택해야 곰팡이가 잘 생기지 않는다.
밤은 밀폐용기에 넣어 냉장보관해야 벌레나 곰팡이가 잘 생기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