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c.(기타)/History of man (인물사)

트럼프 취임사에서 ----대학살(carnage)의 의미

2018. 5. 26. 11:00

오늘과 내일/이승헌]트럼프 취임사에 담긴 힌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4일 편지 한 장으로 김정은과의 싱가포르 정상회담을 전격 취소하자 “도대체 트럼프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느냐”는 사람이 많다. 누구도 정답은 알지 못한다. 트럼프는 편지에서 “김정은이 공공연히 적개심을 표시했다”고 했지만, 그게 이유의 전부인지도 분명치 않다.

답답해서 25일 아침 워싱턴에 있는 미국인 지인 P에게 연락했다.

―트럼프가 저렇게 나오는 배경이 뭘까? 

“사람은 잘 안 변해.” 

―그게 무슨 소리야? 

 
“트럼프가 이전에 작정하고 쓴 글을 찾아보라고. 1980년대 쓴 ‘거래의 기술’을 보거나 지난해 취임사를 읽든가.” 

국제정치학 박사인 그의 말을 믿어 보기로 했다. ‘거래의 기술’은 하도 자주 인용되고 오래된 책이어서 지난해 1월 20일 발표했던 취임사를 찾아봤다. 기자에게 트럼프 취임사는 격식을 파괴한 전대미문의 충격적 메시지였다는 이미지로 주로 남아 있었다. 그런데 지금 다시 천천히 뜯어보니 이전과 느낌이 전혀 달랐다.


시작부터 ‘대학살(carnage)’이라는 표현이 나온다. 미국이 파괴되고 있다는 거다.

“미국에 대한 대학살은 바로 지금 이곳에서 끝날 것이다. … 지난 수십 년 동안 우리는 군대를 고갈시켜 가며 다른 나라 군대를 지원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이전보다 허약한 나라라고 했다.

“우리가 다른 나라를 부유하게 만드는 사이에 미국의 부와 힘, 자신감은 완전히 사라졌다.” 

그리고 김정은을 포함해 전 세계를 향해 선언했다.

“이곳에서 세계 모든 수도, 모든 권력자가 듣게 될 새로운 신조를 발표한다. 오늘부터 새로운 비전이 미국을 다스릴 것이다. 무역 세금 이민 외교에 관한 모든 결정은 미국 노동자와 미국 가족의 이익을 위해 내려질 것이다. 미국은 다시 승리할 것이다.”

지금 보니 트럼프가 한반도에서 벌이고 있는 롤러코스터 쇼를 이해할 수 있는 힌트가 꽤 담겨 있다. 핵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미국을 괴롭히려는 외세는 그냥 두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한국 같은 동맹국에 대한 고려나 외교적 제스처는 사치다. 미국이 승리하는 데 필요하면 약속은 뒤집거나 취소할 수도 있다.

 
많은 사람이 트럼프의 변덕스러운 한반도 전략을 지켜보며 ‘트럼프 시대인 만큼 일시적인 상황 아니냐’고들 한다. 그러면서 트럼프를 욕한다. 이런 인식은 우리 정부 안팎에도 있다. 하지만 이는 트럼프가 물러나기 전까지는 미국의 작동 방식이라는 현실을 외면하는 것일 뿐이다.

게다가 표현만 달랐을 뿐 역대 미 대통령은 자기 나름의 ‘미국 우선주의’를 해왔다. 전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추진했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도 중국을 견제하고 미국의 시장을 확장시키려는 오바마판 ‘아메리카 퍼스트’였을 뿐이다.

북-미 정상회담은 완전히 취소되지는 않았다. 트럼프는 회담 취소 하루 만인 25일 북한의 대화 제안에 “아주 좋은 뉴스”라며 다시 대화에 나설 수 있음을 내비쳤다. 최근의 혼돈을 통해 트럼프, 더 나아가 미국의 본질을 깨달을 수 있다면 오히려 우리에게 쓴 약이 될 수 있다. ‘자신을 지키기 위해선 모든 수단을 동원한다.’ 이게 바로 원주민인 인디언을 몰아내고, 영국과 피비린내 나는 독립전쟁과 1, 2차대전을 거쳐 세계 최강대국으로 올라선 미국의 본질이다.  
 



[출처 :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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