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리는 행복 / 이해인
온 생애를 두고 내가 만나야 할 행복의 모습은
수수한 옷차림의 기다림입니다.
겨울 항아리에 담긴 포도주처럼 나의 언어(言語)를 익혀
내 복된 삶의 즙을 짜겠습니다.
밀물이 오면 썰물을, 꽃이 지면 열매를,
어둠이 구워 내는 빛을 기다리며 살겠습니다.
나의 친구여, 당신이 잃어버린 나를 만나러
더 이상 먼 곳을 헤매지 마십시오.
내가 길들인 기다림의 일상(日常) 속에 머무는 나.
때로는 눈물 흘리며 내가 만나야 할 행복의 모습은
오랜 나날 상처받고도 죽지 않는 기다림,
아직도 끝나지 않은 나의 소임입니다.
'Literature(문학) > Poem(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해인 시 모음(기타) (0) | 2018.05.23 |
---|---|
이해인 시 모음(기타) (0) | 2018.05.22 |
이해인 시 모음(자연 ) (0) | 2018.05.19 |
이해인 시 모음(기타 19) (0) | 2018.05.17 |
이해인 시 모음(기타 18) (0) | 2018.05.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