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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자 표기

2017. 9. 6.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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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종우 한국산업기술시험원 지방이전추진단장 기고

 

언어는 사회적 약속이다. 따라서 여러 사람 모두가 인정하는 정해진 말을 써야 한다. 언어는 개인이 마음대로 바꿀 수 없다는 의미에서 ‘불역성’을 가졌다고도 한다. 얼마 전 KBS 드라마 ‘차칸 남자’가 여론의 질타를 받은 끝에 ‘착한 남자’로 바뀐 일이 그러한 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자기 이름을 로마자로 표기하는 데 아무런 약속 체계가 정해져 있지 않은 양 제각각 쓴다. 우리는 보통 명함 뒷면에 영문을 새기고 외국인을 만났을 때 그것을 내민다. 그러나 외국인이 한국 사람들의 명함을 받아 보면 필시 정확한 이름이 무엇인지 몰라 혼란스러워하거나 의아하게 생각할 것이다. 

틀린 유형은 서양 기준에 맞춰 이름, 성의 순으로 쓴 경우가 과반(53%)이고, 성과 이름 사이에 쉼표를 넣은 경우(Hong, Gil-dong 또는 Gil-Dong, Hong)가 많았다. 성 뒤에 쉼표를 쓰는 것은 논문 인용, 저자 색인 등의 실용적 목적으로 쓸 수 있지만 그 외의 경우에는 서구인이 보기에도 부자연스러우므로 피해야 한다. 성과 이름을 음절별로 띄어쓰기(Hong Gil Dong), 모든 글자를 대문자로 쓰기(HONG GIL DONG), 이름의 초성을 약어처럼 쓰기(G. D. Hong)도 쉽게 눈에 띄는 사례이며 그 외 ‘Gil D. Hong’이라던가 ‘GIL DONG hong’처럼 이상스러운 것들도 있다.

가장 바람직한 형태는 ‘Hong Gildong’ 또는 ‘Hong Gil-dong’이다. 같은 회사 직원들의 명함도 각기 오류가 많은 것을 보면 개인의 뚜렷한 주관 없이 지정된 인쇄소에서 관례적으로 만들어 주는 일이 많은 듯하다. 

이번에 어문 정책 당국에서 이 문제를 정면으로 제기한 것은 만시지탄의 감이 있지만 올바른 일이다. ‘우리나라의 높아진 국격에 맞추어 우리 언어문화의 정체성을 당당하게 보여 주어야 한다’는 주장은 특히 마음에 와 닿았다.

이름의 로마자 표기가 가장 많이 쓰이는 곳은 영문 명함과 함께 각 기관, 회사의 영문 누리집(홈페이지)과 여권을 들 수 있다. 영문 누리집에는 보통 그 조직 기관장의 인사말 밑에 이름이 로마자로 표기되어 있는데, 필자가 임의로 선정하여 조사해 보니 관공서는 상대적으로 낫지만 공공기관이나 민간회사는 명함의 경우와 비슷하게 이름, 성의 순으로 잘못 쓰거나 쉼표를 쓴 곳이 대부분이다. 여권은 현재 성(Surname)을 따로 쓰고 그 다음 줄에 이름(Given names)을 쓰도록 되어 있는데 모두 대문자로 표기한다. 이는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지침에 따른 것이기 때문에 부득이하더라도 여권을 새로 만들거나 갱신을 할 경우에는 이름의 각 음절을 띄어서 쓰는 것은 피하는 것이 좋겠다. 여권이 ‘성명의 로마자 표기법’에 큰 영향력이 있는 점을 감안하여 이름은 붙여 쓰거나 필요시 음절 사이에 붙임표(-)를 쓰도록 관계기관이 국민들을 계도해 주었으면 한다. 
성명의 올바른 로마자 표기를 정착시키기 위해 어문 당국도 ‘성, 이름’순 표기 권장안을 범정부적으로 시행하고, 지속적으로 홍보해야 한다. 활발한 국제 교류가 이루어지는 오늘날, 한국인의 성과 이름에 대한 혼선 없이 세계 여러 나라 사람들과 소통함으로써 더이상의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을 없애기 위해서 이번 기회에 이 문제가 확실히 정립되기를 고대한다.

 

 

로마자표기법/백과사전

[Romanization ]

요약 로마자를 사용하여 자국어 및 문자를 표기 ·철자(綴字)하는 방법.

국어의 경우, 그 특성상 많은 표기체계가 제안되어 무질서하게 쓰여왔다. 1980년대 초반까지도 공문서나 한글의 로마자화에는 지난 1959년 공포된 문교부안을 따르면서도 외국인 상대의 신문 ·잡지 등에서의 표기는 주로 1930년 고안된 매쿤-라이샤워 체계를 따름으로써 일원적이지 못한 실정이었으나 1978년부터 폭넓은 연구와 자문, 여론 수렴을 거쳐 1984년 문교부의 ‘국어의 로마자표기법’이 고시되었다. 2000년에 인터넷시대에 맞지 않는 반달표와 어깨점을 없애고 한국인과 외국인 모두에게 편리한 방향으로 개정한 문화관광부안이 고시되어 현재까지 시행되고 있다. 기존의 표기체계는 다음과 같다.

⑴ 매쿤-라이샤워 체계(McCune-Reischauer System):1930년 G.M.매쿤과 E.O.라이샤워가 고안한 표기체계로서 한글을 한 자 한 자 라틴 자모로 전사()하는 방법이 아니라, 한글이 발음될 때 겪는 활음적 변화(:euphonic change)를 고려하는 방법이다. 라틴 자모의 음가()는 일본어의 헵번식() 체계나 중국어의 웨이드-길즈식 체계와 같이 모음은 이탈리아음을, 자음은 영어음을 나타낸다. ㅓ를 ŏ로, ㅡ를 ŭ로 표시하는 미크론이라는 변별부호()를 사용하였으며, 위치에 따라 각각 상이한 음을 나타내는 자음은 각기 그 발음상의 음가에 따라 적도록 되어 있다(예:ㄱ→k, g, ng, ㄹ→r, l, n 등). 또한 유기음()에 아포스트로피(예:p’=ㅍ, t’=ㅌ)를 썼으며, 단어 내부의 보조구분을 위하여 하이픈(예:Tŏksu-gung 덕수궁, Haein-sa 해인사 등)을 사용하였고, ‘애’와 ‘아에’가 혼동될 경우 전자를 ae로 후자를 로 표시하여 구별하게 하였다. J.하비가 마련한 표기체계는 미국 및 영국에서 널리 쓰인다.

⑵ 람스테트의 방법:G.J.람스테트가 1939년 《한국어 문법 A Korean Grammar》에서 사용한 로마자화 방법이다.

⑶ 조선어학회안():정인섭() ·이희승() ·정인승() 등이 중심이 되어 1941년 1월에 발표한 조선어학회안. 최현배() 등은 별도로 사안()을 가지고 있었으나 채택되지 않았다.

⑷ 예일 체계(The Yale System):S.E.마틴이 《한국어 형태음운론》에서 채택한 방식이며 마틴 체계라고도 한다.

⑸ 문교부안: 1984년 고시, 시행된 로마자 표기법이다. 1959년에 제정된 표기법이 1음운 1기호의 원칙이었던 데 대하여 표음주의()를 택한 것이 가장 큰 특징이며, 이에 따라서 독립문은 Doglibmun 대신 Tongnimmun으로 표기된다. 또 파열음 ·파찰음 및 모음 ㅓ와 ㅡ를 외국인의 실제 발음에 가깝게 조정하였다. 즉, ㄱ ·ㄷ ·ㅂ ·ㅈ은 k ·t ·p ·ch로 표기하되 유성음 사이에서만 g ·d ·b ·j로 표기하고, ㅋ ·ㅌ ·ㅍ ·ㅊ은 어깨점(’)을 사용, k’ ·t’ ·p’ ·ch’로 표기하며, 모음 ㅓ ·ㅡ는 반달표( ˘ )를 사용하여 ŏ ·ŭ로 표기한다. 그 밖에 인명은 김정호(Kim Chŏng-ho)와 같이 표기하고, 도 ·시 ·군 ·구 ·읍 ·면 ·리 ·동 등의 행정구역은 -do ·-shi ·-gun ·-gu ·ŭp ·-myŏn ·-ri ·-dong으로 표기한다. 또 서울(Seoul)과 같은 관용표기를 인정하여, 인쇄 및 타이핑 때 부호( ˘ ·’ )의 부득이한 생략을 허용한다.

⑹ 문화관광부안:2000년 7월 고시, 시행된 현행 로마자 표기법이다. 이전 표기법과 비교할 때 가장 큰 차이는 인터넷과 정보화의 시대에 맞지 않는 반달표와 어깨점을 없앤 점이다. 국어의 표준 발음법에 따라 적고 로마자 이외의 부호는 되도록 사용하지 않는 것이 기본원칙이지만 모음에서 ‘ㅢ’는 ‘ㅣ’로 소리 나더라도 ‘ui’로 적고 장모음의 표기는 따로 하지 않는다. 자음에서 파열음 ㄱ ·ㄷ ·ㅂ은 모음 앞에서는 g, d, b로, 자음 앞이나 어말에서는 k, t, p로 적는다. 동화작용, 구개음화 등 음운 변화가 일어날 때에는 변화의 결과에 따라 적으며, 발음상 혼동의 우려가 있을 때에는 음절 사이에 붙임표(-)를 쓸 수 있다. 고유 명사는 첫 글자를 대문자로 적고, 인명은 성과 이름의 순서로 띄어 쓰며 이름은 붙여 쓰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음절 사이에 붙임표(-)를 쓰는 것을 허용한다. 자연 지물명, 문화재명, 인공 축조물명은 붙임표(-) 없이 붙여 쓰며 인명, 회사명, 단체명 등은 그동안 써온 표기를 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