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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 탄압하던 바울

2017. 5. 1. 11:41

기독교 탄압하던 바울, 자신이 틀릴 수도 있다 생각 … 그 깨달음에 주목”

       
기독교 신약성서의 핵심은 예수의 삶에 관한 보고인 복음서와 바울의 편지들로 구성돼 있다. 신약 27서 중에서 13서가 바울이 직접 쓴 편지다. 바울의 편지들 가운데 가장 중요한 서한으로 꼽히는 ‘로마서’의 역사배경을 밝히고 원문을 해설한 책을 도올 김용옥(사진) 한신대 석좌교수가 최근 펴냈다.
 

『도올의 로마서 강해』 펴낸 김용옥
촛불시위 때 “나부터 반성” 집필 시작
집권 향해 내달리는 대선 후보들
권력 집착하면 국민이 또 나라걱정

 
『도올의 로마서 강해』(통나무)다. 『기독교성서의 이해』 『요한복음 강해』 등을 펴낸 바 있는 도올은 이 책이 자신의 기독교 신학저술로서는 마지막이 될 수 있다고 하면서, 촛불시위가 한창일 때 붓을 옮겼고 탈고하는데 4개월이 걸렸다고 했다. 촛불시위 초기에 광화문광장에서 직접 마이크를 잡고 ‘혁명’을 외쳤던 그가 어느 순간 보이지 않는다 했더니 이 책을 쓰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왜 하필 바울이고 로마서일까. 로마서의 주제는 ‘십자가 사건’과 ‘부활 사건’으로 집약된다. 바울은 이 두 사건을 집요하게 해석함으로써 기독교를 세계종교로 확산시키는 데 기여했다.
 
도올은 촛불시위를 보면서 “나부터 반성을 해야겠다. 나의 죄악을 모두 십자가에 못박아야겠다”고 생각하며 이 책을 집필했다고 한다. “십자가에 못박힌다는 것은 나의 죄를 예수와 더불어 십자가에 못박는다는 것입니다. 오늘날 박근혜-최순실 사태로부터 대통령 선거의 온갖 양상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이 자기 자신을 십자가에 못박지 못함으로써 일어나는 문제이지요. 십자가는 결국 불교에서 말하는 멸집(滅執), 무아(無我)와도 상통합니다.”
 
대통령 후보들부터 일반 서민에 이르기까지 우리 국민 모두가 ‘십자가에 못박힌다’는 의미를 다시 새겨봤으면 하는 마음으로 『로마서 강해』를 썼다는 얘기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자기 죄를 객관화해서 스스로 십자가에 못박혔으면 죄사함을 얻고 부활을 얻을 수 있었는데 그걸 못했죠. 대통령 선거에 나온 여러 후보들도 권력 잡을 기회가 눈앞에 있다는 것만 가지고 경주를 하고 있어요. 집권이 자기만의 몫이라고 믿는 것 자체가 오만이고 아만이고 집착입니다. 촛불의 갈망, 그 대의로 돌아가, 자기를 버릴 필요가 있어요.”
 
아집을 버리라는 얘기라면 불교가 제격일 법한데 굳이 기독교를 택한 것은 현실적으로 우리나라 보수세력의 핵심에 기독교가 자리잡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불교의 멸집보다 로마서에서 강조되는 ‘예수의 못박히심’이 오늘 우리나라 대중들에게 더 크게 호소력이 있다고 본 것이다.
 
바울은 본래 기독교를 탄압하던 사람이었다. 그러다가 위대한 기독교 전도자로 사고의 역전을 이뤄낸다. 그 역전의 사상이 총체적으로 드러난 논문이 로마서다.
 
“바울은 열렬하게 기독교를 탄압했지요. 그러나 어느 순간 나 바울 자신이 틀리고 예수를 그리스도라 믿는 저들이 옳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것은 신비적 계시라 말하기 이전에 하나의 대각(大覺)이었습니다.”
 
도올은 로마서에 나타난 바울의 사상 중에 가장 중요한 단어로서 ‘하나님의 의(義·의로우심)’를 꼽았다.
 
“하나님의 의란 하나님이 의롭다는 얘기가 아니고, 하나님이 재판관인 법정에서 인간을 의롭다고 판정하신다는 의미입니다. 공동번역에서는 하나님과 인간의 올바른 관계설정이라고 번역했어요. 이게 무슨 말이냐면, 재판의 판결은 보통 법조문에 의지하는데 그건 ‘구약의 세계’이고 ‘율법의 세계’라는 것이지요.”
 
그렇다면 바울의 사상은 무엇이 다른 것일까. 율법의 세계를 벗어나는 길을 바울은 제시했다고 도올은 설명했다.
 
“바울은 근원적으로 율법이나 법률을 통한 구원은 있을 수 없다고 말하는 거죠. 하나님은 어떤 경우에도 인간이 율법을 지켰다는 사실만으로써는 의로운 관계를 설정하시지 않는다는 겁니다. 예컨대 우리가 교통법규 위반딱지를 받지 않는다고 해서 법규를 어기지 않는 것은 아니죠. 바울은 예수가 우리 죄를 대신하여 십자가에 못박혔다고 하는 그 사건을 전적으로 우리 삶의 지평으로 받아들이는 일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바울은 그것을 ‘믿음’이라고 불렀습니다. 이것이 바울이 3년간 아라비아 사막에서 고투하면서 만든 그의 위대한 사상 틀입니다.”
 
도올은 정치혁명에 앞서 필요한 것이 종교혁명이고 정신혁명이라고 했다. 사도 바울은 정신 혁명과 정치혁명을 전략적으로 동시에 이룩해낸, 인류역사에서 유일한 사람이라고 했다.
 
“내가 이 책을 쓴 이유는 기독교를 이해시키기 위해서입니다. 우리 모두가 자기 자신을 되돌아보자는 말을 하기 위한 것입니다. 교회 또한 끊임없이 십자가에 못박혀 피를 흘리고 끊임없이 부활해야 하지 않을까요? 부활이 우리의 삶의 지평의 모든 순간의 사건이 아니라면 부활이 과연 무슨 의미를 가질까요? 우리 역사에는 새로운 개벽, 새로운 정치질서가 도래해야 합니다. 바울이 말하는 부활은 동학이 말하는 후천개벽과 다를 바가 없어요.” 정치인들도 예외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자기부정을 해야한다는 것. 자신들의 모든 문제점들을 국민에게 보여주고 반성하고, 진심으로 인간의 구원이나 대의를 위하여 헌신함을 보여줘야 합니다. 또 다시 권력에만 집착한다면 국민이 또 나라 걱정을 할 수밖에 없어요.”
 


[출처: 중앙일보] “기독교 탄압하던 바울, 자신이 틀릴 수도 있다 생각 … 그 깨달음에 주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