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추냐 깻잎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고기는 쌈을 싸 먹는 게 건강에 좋다는 것이 상식이지만 상추와 깻잎 중 뭐가 더 좋은지에는 의견이 분분했다. 영양학적으로 돼지고기는 깻잎과 궁합이 잘 맞는다고 하지만 조사 결과 고기를 구울 때 생기는 발암물질의 독성을 잡는 데에는 상추가 훨씬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 상추에 싸 먹으면 벤조피렌 독성 15% 줄어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한국인이 고기와 함께 자주 먹는 식품 20개가 발암물질인 벤조피렌의 체내 독성을 낮추는 데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실험한 결과를 9일 공개했다. 벤조피렌은 국제암연구소(IARC)가 정한 1군 발암물질로 체내 대사 과정을 거치면 유전자 변형을 일으켜 암을 유발하는 발암성분을 만들어낸다. 조사 대상은 상추, 깻잎, 마늘, 양파 등 채소류 13종과 딸기, 사과, 계피, 홍차 등 과일과 차 7종류.
실험은 벤조피렌을 넣은 사람의 간암 세포에 각 식품 추출물을 첨가해 48시간 후 세포 생존율을 관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그 결과 계피가 벤조피렌의 체내 독성을 21.79%나 줄여 식품 20개 중 벤조피렌 체내 독성 저감률이 가장 뛰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샐러리(20.88%) 홍차(20.85%) 딸기(18.76%) 등이 그 뒤를 이었다.
또 식약처가 식품에 들어 있는 주요 성분만 추출해 같은 실험을 진행한 결과 양파에 주로 들어 있는 케르세틴의 벤조피렌 독성 저감률이 36.23%로 가장 높았다. 엉겅퀴의 주 성분인 실리마린(29.59%)과 커큐민(28.35%·강황)이 그 뒤를 이었다. 사과에 많이 들어 있는 아스코르빈산의 벤조피렌 독성 저감률도 16.26%나 됐다.
식약처는 식품별 발암성분 억제 효과도 실험했다. 다만 이번 실험은 상추, 홍차, 양파, 샐러리 등 4개 식품만을 대상으로 했다. 그 결과 상추의 발암성분 억제 효과는 60%로 가장 항암 효과가 뛰어났다. 홍차(45%) 양파(40%) 샐러리(20%)가 그 뒤를 이었다.
○ 고기 먹을 때 채소, 과일은 다다익선
한국인의 하루 평균 벤조피렌 노출량은 kg당 0.0035μg(마이크로그램·1μg은 100만분의 1g)이다. 체중 70kg인 성인은 하루 평균 0.245μg의 벤조피렌을 섭취한다는 의미다. 유럽 식품안전청(EFSA)이 정한 벤조피렌 하루 섭취 안전기준 kg당 70μg의 2만분의 1 수준이다. 주식이 밥이다 보니 육류 섭취량이 유럽 사람들보다 적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고기 한 점을 먹을 때 상추 마늘 양파를 함께 싸 먹고 반찬으로 미나리 무침을 먹고 후식으로 딸기와 홍차를 마시면 벤조피렌의 체내 독성을 100% 없앨 수 있을까. 최 연구관은 “이번 실험은 개별 식품을 대상으로 한 것이라 한꺼번에 먹을 때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 확답하기는 어렵다”면서도 “여러 식품을 같이 먹으면 독성을 줄이고 항암에 더 도움이 될 수 있다. 다만 한 끼에 같이 먹어야만 효과가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