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간 있으면 대장암 위험 2배... 병은 짝지어서 온다
건강검진에서 한 가지 질병이 발견되면, 그것만 있다고 생각하면 곤란하다. 그 질병이 발생하는 원리와 비슷한 다른 질병이 몸속 어딘가에 숨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비만과 관련하여 대장 용종(폴립)이 있는 사람은 담석증이 있는 경우가 흔하다. 이는 반대로 복부 초음파에서 담석증이 발견됐으면, 대장내시경으로 폴립이 있는지 확인해 보는 게 좋다는 의미다.
증상이 없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건강 위해 요인을 찾아내는 건강검진센터는 이 같은 ‘질병 위험 짝짓기’ 연구를 많이 한다. 단일 기관으로 국내 최대 건강검진을 운영하는 서울아산병원 건강증진센터는 최근 10년간 건강검진 관련 연구 논문을 250여 편 내놨다. 논문을 통해 특정 질병 발생 위험 요인이 얼마나 서로 연관되어 존재하는지를 알 수 있다.
건강검진 수진자 2만6000명을 7년 6개월간 추적 관찰한 연구에서 비(非)알코올성 지방간으로 진단받은 사람은 간암 발생 위험이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16.7배 높게 나왔다. 알코올의존증 환자들은 흔히 지방간이 발생하는데, 이는 그렇지 않은 경우를 말한다. 대개 간의 신선도를 반영하고, 비만과 연관돼 있다. 비알코올성 지방간이 있으면, 남성은 대장암 발병 위험이 2배, 여성은 유방암 발병률이 1.9배 높아지는 것으로도 분석됐다. 지방간 보유자는 당뇨병 발생률도 높아졌다.
근육량이 감소하면 대장 폴립 발생이 늘어나는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에는 복부 CT로 근육의 성상을 관찰하는 검진을 하기도 하는데, 이를 통해 근육에 지방이 많이 낀 것으로 확인된 사람은 뚱뚱하지 않더라도 고혈압, 고지혈증, 비만 등이 얽혀 있는 대사증후군 발생 위험이 증가했다. 지방간 위험은 24% 늘어났다.
반면 근육의 질이 좋은 사람은 당뇨병 위험도가 낮아졌다. 여성은 심장질환 발생 위험 요인으로 꼽히는 관상동맥 석회화 발생 위험이 적었다. 이에 최근 건강검진에서는 근육량 측정 검사를 하며, 이를 주요 질병 위험 가늠 지표로 여긴다.
50세 미만 젊은 성인이 대장내시경을 받았을 때 1㎝ 이상 크기의 톱니 모양 용종이 발견됐을 때, 이를 추적하여 보면 흡연과 음주가 용종이 대장암으로 악화될 위험도를 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경우 금연을 5년 이상 하면 위험도가 감소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인의 위암 발생률은 세계 1위 수준으로, 여기에는 위암 발생 위험 요인으로 꼽히는 헬리코박터균의 높은 감염률이 영향을 미친다. 건강검진에서 발견된 무증상 헬리코박터균 감염자에게 나이와 관계 없이 헬리코박터 제균 치료를 했더니, 헬리코박터 감염이 없었던 건강인과 위암 발생률이 같아지는 것이 확인됐다. 헬리코박터 감염이 발견되면 위암 예방을 위해 제균 치료를 받는 게 좋다는 의미다. 강북삼성병원 건강검진센터 연구에 따르면, 관상동맥 석회화가 심할수록 만성 콩팥병, 뇌졸중 발생 위험이 늘어났다. 동맥경화 현상이 여러 곳에서 발생한다는 뜻이다.
최재원 서울아산병원 건강증진센터 소장은 “여러 질병은 같은 뿌리서 시작되고, 한 통속이기에 한 가지를 알면 둘, 셋을 짐작할 수 있다”며 “증상이 없더라도 건강검진에서 발견된 문제를 운동과 식습관 개선 등으로 적극적으로 해결하려고 노력하면 암 발생 예방도 되고, 여러 질병 발생 위험을 효과적으로 줄이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출처 :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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