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terature(문학)/Poem(시)

꽃 한 송이 되어 / 이해인

2020. 12. 31. 20:59

 

 

 

 

꽃 한 송이 되어 /  이해인

 

 

비 오는 날

오동꽃이 보랏빛 우산을 쓰고

나에게 말했습니다


넓어져라

넓어져라


더 넓게

더 넓게 살려면

향기가 없어도 괜찮다


나는 얼른

꽃 한 송이 되어

올라갔습니다


처음으로 올라가본

오동나무의 집은

하도 편안해

내려오고 싶지 않았습니다


당신도 오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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