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클리닉 심부전(心不全·Heart Failure)이란 심장의 기능이 떨어져 몸 전체로 혈액을 충분히 공급하지 못하는 상태를 말한다. 호흡 곤란, 다리 부종, 피로감 등이 주요 증상이다. 심부전은 단일 질병이라기보단 고혈압, 관상동맥 질환, 심근병증, 심장판막 질환 등 다양한 심장 질환에 의해 발생하는 일종의 증후군이라 할 수 있다.
심장 펌프 이상, 5년 내 절반 사망
초기부터 꾸준한 약물치료 중요
중증 땐 이식 필요한데 기증 부족
인공 좌심실 보조장치 수술로 대체
전 세계적으로 2600만명 이상의 심부전 환자가 있으며 심부전의 유병률은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우리나라도 2002년에 전체 인구의 0.8%였던 심부전 진단 환자가 2013년엔 1.5%로 약 2배 증가했고 현재는 75만명이 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심부전 유병률은 나이가 들수록 급격히 높아진다. 60세 미만에서 1% 정도인 유병률은 60세 이상에서 5.5%, 80세 이상에서 12.6%로 가파르게 상승한다. 특히 80세 이상의 유병률이 전체 유병률의 약 8배 이상으로, 나이가 드는 것이 심부전의 가장 중요한 위험요인인 것을 알 수 있다.
유병률 10년 새 2배, 나이 들수록 급상승
심부전은 일단 진단되면 시간이 지나면서 악화와 호전을 반복하며 점차 진행하는 질환이다. 심장 펌프 기능을 나타내는 지표인 좌심실 박출률(EF)이 감소한 심부전의 경우 진단받은 지 1년 이내에 4명 중 1명이 사망하고 5년 이내에 2명 중 1명이 사망하는 중증 질환이다. 서울성모병원을 포함해 우리나라 10개 대학병원에서 급성 심부전으로 입원치료를 받았던 환자들을 전향적으로 분석한 다기관 연구에서도 해당 입원 기간 중 퇴원하지 못하고 사망한 비율이 6%였고 6개월 내 사망률 10%, 2년 내 사망률 20%로 매우 중증 질환임을 알 수 있다. 심부전은 위암이나 대장암 등 대부분의 암보다도 예후가 나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의 경우 한 시간에 100명씩 새롭게 심부전이 진단되고, 심부전에 의한 입원 건수가 1년에 총 100만건이 넘는다. 특히 65세 이상에서 각종 암·뇌졸중·치매·심근경색·부정맥·폐렴·골절 등 모든 질환을 통틀어 입원 원인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미국 내에서 심부전과 관련한 의료비용을 모두 합치면 연간 25조가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심부전은 크게 4단계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아직 심장의 구조적인 변형은 발생하지 않았지만 고혈압이나 당뇨와 같은 심부전의 위험인자를 가진 A단계부터, 구조적인 변화는 있지만 증상은 없는 B단계, 심부전 증상이 발생하는 C단계, 여러 가지 치료에도 반응이 없는 말기인 D단계로 구분할 수 있다.
이전에는 제한된 몇 가지의 약제 이외에는 특별한 치료 방법이 없었지만 최근에는 심부전의 예후를 현저히 호전시킬 수 있는 여러 약제와 시술, 수술법 등이 개발돼 적절히 잘 치료받으면 일상생활에 큰 지장 없이 오래 살 수 있다. 심부전의 치료 목표는 환자의 증상을 완화하고 더 오래 살게 하는 데 있으며, 크게 약물치료와 시술 및 수술 치료로 나뉜다.
심부전 환자에게 사용되는 약제는 앤지오텐신 전환 효소 억제제, 앤지오텐신 수용체 차단제, 발사르탄·사쿠비트릴, 베타차단제, 이바브라딘, 이뇨제 등이 있다. 치료 초기에 약물치료를 시작하고 심부전의 증상이 좋아졌어도 병의 경과를 좋게 하기 위해서는 꾸준히 약물을 복용해야 한다.
심부전을 일으키는 원인 질환에 따라 관상동맥 스텐트 삽입술이나 판막 시술과 같은 내과적인 시술이나 외과적인 수술을 받을 수 있고 동반된 부정맥 질환의 유형에 따라 심장 재동기화 치료나 삽입형 제세동기 삽입술 등의 시술이 필요할 수 있다. 약물이나 시술 치료에 반응이 없고 심부전 증상이 심한 D단계의 중증 심부전 환자의 경우 심장이식 수술을 먼저 고려할 수 있다. 심장이식 수술을 받기 어렵다면 심장 펌프 역할을 돕는 기계 장치를 몸 안에 삽입하는 ‘좌심실 보조장치(LVAD)’ 수술을 받을 수 있다.
심장이식 수술은 현재 전 세계적으로 매년 5500~6000례 정도 시행된다. 우리나라에서도 연간 약 180~200례 정도 시행되고 있지만 심장이식이 필요한 환자에 비해 실제 수술이 더 늘어나지 못하는 것은 뇌사 기증자 수가 매우 부족하기 때문이다. 심장이식의 경우 신장이식이나 간이식과는 달리 뇌사자만 심장을 기증할 수 있기 때문에 심장이식이 필요한 말기 심부전 환자 중 일부만 건강한 심장을 기증받을 수 있다.
이런 배경에서 약해진 심장을 보조해 양수기처럼 혈액을 대동맥으로 뿜어주는 좌심실 보조장치라는 기계가 고안됐고 심장이식이 필요한 말기 심부전 환자들에게 중요한 치료법으로 자리 잡았다. 우리나라에서도 2018년 10월부터 사전 심의 방식으로 건강보험이 적용돼 좌심실 보조장치 치료를 받는 환자 수가 점차 증가하고 있다.
완치 어려워 오래 잘 관리해야 하는 병
심부전은 진행될수록 환자의 예후가 급격히 나빠지고 치료비용도 매우 높아지므로 무엇보다 초기(A~B 단계)에 심부전이 진행하지 않도록 적극적으로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 고혈압이나 당뇨병, 관상동맥 질환을 엄격히 관리하고, 심장의 구조적 변형이 시작되면 증상이 없어도 적극적인 약물치료로 진행 속도를 늦추는 노력이 필요하다. 암 환자에게 사용되는 항암제나 방사선 치료 등이 심장에 부담을 줘 심부전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으므로 이런 환자도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심부전은 짧은 시간에 완치되는 병이라기보다는 오랜 기간에 걸쳐 잘 관리해야 하는 심장 질환이다. 따라서 심부전 전문가와 함께 치료 계획을 잘 세우고 환자 스스로 꾸준히 약물치료를 하면서 적절한 식사, 운동 등 생활 습관을 조절한다면 일상생활을 하는 데 큰 지장을 받지 않을 수 있다.
윤종찬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순환기내과 교수
연세대 의대를 졸업하고 동 대학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KAIST 의과학대학원 면역 및 감염질환 연구실에서 박사 후 연구원으로 근무했다. 2019~2020년까지 미국 LA에 있는 시더스사이나이 의료원(Cedars-Sinai Medical Center)에서 연수했다. 심부전, 심장이식, 좌심실 보조장치 등이 전문분야다. 대한심장학회 KCJ 우수심사위원상, 아시아태평양고혈압학회 젊은 연구자상, 대한심부전학회 최우수 연구 업적상 등을 수상했다.
[출처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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