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전증 앓던 우리 아이… ‘대마초 오일’로 발작 사라졌다
대마서 추출한 ‘카나비디올’ 약제
여섯 살 최모군은 형제 쌍둥이로 태어났다. 형과 함께 정상 발달과 발육을 보이다가 네 살 때 뇌전증(예전에 간질이라고 불리던 병)이 생겼다. 하루에도 수시로 발작 증세를 보였다. 뇌전증에 쓰는 약물 네 가지를 복용했는데도, 경련이 매일 7~8회 지속됐다. 발작을 줄인다는 케톤 생성 식사도 6개월 시도했으나 효과를 보지 못했다. 지능도 퇴행하여 또래 아이의 40% 수준으로 떨어졌다.
그러던 최군에게서 어느 날 경련이 기적처럼 사라졌다. 지난해부터 대마에서 추출한 카나비디올(CBD)이라는 약제를 복용하고 나서부터다. 이제 항경련제 네 종도 모두 끊었다. 인지 기능도 좋아지기 시작하더니 동일 연령대 80% 수준까지 올라왔다. 뇌파도 정상이 됐다. 현재 쌍둥이 형과 다정하게 대화를 나눌 상태가 됐다. 최군 부모들은 대마 카나비디올 오일이 인생 최고의 행복을 가져 왔다고 생각한다.
대마에서 추출한 CBD 오일 성분 뇌전증 치료제. /픽사베이
대마에서 유래한 약물 카나비디올이 2018년 국내에 도입된 이후 이처럼 발작이 사라지는 작은 기적을 연출하고 있다. 하루 수십 차례 이상 발작과 그로 인한 후유증으로 지적장애까지 진행된 상당수 환자가 이 약물 투여 후 거짓말처럼 회복되고 있는 것이다.
대마는 기본적으로 마리화나와 헴프(HEMP)로 나뉜다. 이 중 헴프는 환각성을 가지는 테트라히드로 칸나비놀이 0.3% 미만인 저마약성이다. 이를 활용해 의료목적 대마 제품 원자재로 쓰인다.
연세대 의대 소아신경과 김흥동 교수는 “어떤 원리로 대마 유래 카나비디올 오일이 발작이 사라지게 하는지는 아직 정확히 모르지만 뇌전증 아이 약 20%에서 드라마틱한 효과를 본다”고 말했다.
문제는 약값이 너무 비싸고 건강보험이 적용 안 돼 이 약을 쓰고 싶어도 못 쓰는 아이들이 있다는 점이다. 약값은 한 달에 한 병 기준으로 170여만원이 든다. 건강보험이 적용 안 되어 전액 환자 측 부담이다. 체중이 나가는 아이는 두세 병을 써야 하기에 350만~500여만원이 든다.
허도경 뇌전증 환아 부모 모임 대표는 “우리처럼 희소 난치병을 아이를 둔 집은 오롯이 아이에게 매달려 병수발을 들어야 한다”며 “약값을 구하려고 집 담보로 대출을 받거나 카나비디올로 약효를 봤는데도 약값을 감당하지 못해 복용을 중단하는 가슴 아픈 일이 벌어진다”고 말했다.
국내서 중증 난치성 뇌전증으로 고통받는 어린이들은 5000명 선이다. 이 중 CBD 오일을 복용해서 효과를 볼 아이는 1000명 정도에 이른다. 김흥동 교수는 “그런 아이들이 카나비디올을 사용하지 못한다면, 심각한 지적장애로 평생을 누워서 지내게 된다”며 “MRI나 한방 첩약에 건강보험을 늘릴 게 아니라 치료 기회를 제공받지 못하면 평생 장애를 갖고 살아야 할 이런 분야에 건강보험 지원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출처 :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