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명의 돌린 집, 땅치고 후회···윤희숙 분노한 '이상한 종부세'
주택 부부공동명의가 크게 늘고 있지만 종부세에서 1주택이더라도 장기보유 등 공제를 받지 못해 논란이 일고 있다.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시내 아파트 단지 모습. 연합뉴스
서울 강남에 25억원대 아파트에 15년 가까이 사는 60대 후반 김모씨는 10년 전 부부 공동명의 변경을 후회하고 있다. 2010년 지분 절반을 아내에게 증여했다. 2008년 비과세 배우자 증여 한도가 3억원에서 6억원으로 상향조정되며, 사회적으로 주택의 부부공동소유를 장려하던 때였다.
[안장원의 부동산노트]
고령·장기 공제 최대 80%
부부 공동명의 해당 안돼
세대별 합산과세 위헌 파장
윤희숙 의원 "매우 이상하다"
그러나 종합부동산세(종부세)가 급등하며 공동명의보다 단독명의가 유리해지면서 김씨는 아내 지분을 다시 가져와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 김씨는 “내년 종부세가 330만원 정도로 오르는데 단독명의이면 고령·장기보유 공제를 적용받아 절반인 약 170만원밖에 되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부부 공동명의의 1주택 종부세가 도마 위에 올랐다. 1주택을 소유하고 고령·장기보유 공제 요건(60세 이상, 5년 이상 보유)을 갖추더라도 공제 혜택을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단독명의만 공제 대상이다. 지난 20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윤희숙 미래통합당 의원의 지적 이후 논란이 커지고 있다.
윤 의원은 “장기보유나 고령자는 최대 80%의 세액공제가 허용돼 있다. 그런데 부부가 공동명의로 집을 1채 갖고 있으면 세액공제가 박탈된다”며 "조선 시대도 아니고 굉장히 시대에 역행한다”고 말했다.
공동명의 vs 고령·장기보유 세금 격차
주택 한 채의 종부세가 소유 방식, 소유자 연령·보유 기간에 따라 크게 차이 난다. 공동소유하면 공제금액이 늘어나(9억원→6억씩 12억원) 과표(세금 부과 기준 금액)가 줄어든다. 공동명의로 과표 3억원을 낮출 수 있는 것이다. 대신 단독명의이면서 60세 이상이고 5년 이상 보유하면 세금을 최대 70% 깎아준다.
그동안 공동명의 세금이 단독명의 고령·장기보유와 비슷했다. 공시가격 15억원인 1주택의 올해 종부세는 공동명의 기준 63만원이다. 단독명의이면 226만원이지만, 70세 이상이고 15년 이상 보유해 70% 공제를 받으면 68만원이다.
자료: 국세청
내년부터 역전된다. 공시가격 현실화로 과표가 급등하고 종부세 강화로 세율도 올라 공동명의 세금도 많이 늘어난다. 반면 고령·장기보유 공제가 확대돼(최고 70→80%) 고령·장기보유 종부세는 일부 줄어든다.
올해와 내년 공시가격이 30억원으로 같을 경우 공동명의 종부세가 올해 851만원에서 내년 1197만원으로 40% 오른다. 반면 단독 명의이면서 고령·장기 보유 공제를 받으면 종부세가 530만원에서 463만원으로 13% 줄어든다.
올해 공시가격이 가장 비싼 아파트인 용산구 한남동 한남더힐 65억6800만원의 내년 부부 공동명의 종부세가 6386만원으로 고령·장기보유(1625만원)의 3배다. 김종필 세무사는 "공시가격이 높아 비싼 집일수록 고령·장기보유 공제 효과가 크다"고 말했다.
자료: 국세청
세대별 합산 과세 위헌 파장
종부세 고령·장기보유 공제는 1세대 1주택을 대상으로 한다. 취득·양도세 등에서는 부부 공동명의로 주택을 소유하더라도 실제 보유 주택 수만 따져 1세대 1주택이다.
그러나 종부세는 다르다. 세대원 중 1명만 1주택을 소유해야 1세대 1주택이라고 법령에 명시돼 있다. 공동명의는 2명이 1주택을 소유한 것이어서 해당하지 않는다.
2008년 헌법재판소가 종부세 세대별 합산 과세를 위헌이라고 결정한 데 따른 것이다. 재판부는 "세대별 합산부과 규정은 혼인한 자 또는 가족과 함께 세대를 구성한 자를 비례의 원칙에 반해 독신자, 사실혼 관계의 부부 등에 비해 불리하게 차별 취급하므로 헌법에 어긋난다"고 설명했다. 부부 공동명의가 유리해졌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주거 목적으로 한 채의 주택만 장기보유한 자나, 주택 외에 별다른 재산이나 수입이 없어 납세 능력이 낮은 경우에는 종부세 납세의무의 예외를 두거나 감면해줘야 함에도 무차별적으로 누진세율을 적용하는 것은 과도하게 재산권을 제한한다"고 덧붙였다. 이후 고령·장기보유 공제가 생겼다.
김종필 세무사는 “이전에는 공동소유와 고령·장기보유 세금이 별로 문제 되지 않다가 공시가격과 세율이 오르고, 고령·장기보유 공제가 확대되면서 배우자와 공동 소유한 고령·장기보유자의 박탈감이 커졌다”고 말했다.
자료: 김종필 세무사
부부 공동명의 크게 늘어
주택 부부 공동명의는 배우자 증여 공제 한도 상향, 여성의 경제적 지위 상승 등으로 많이 늘어나는 추세다. 본지가 지난해 입주한 강남구 개포동 디에이치아너힐즈 등 강남 아파트 3개 단지를 조사한 결과 37%가 공동명의로 나타났다. 통계청에 따르면 2인 소유 아파트 비율이 2012년 9.1%에서 2018년 12.1%로 상승했다.
이번 정부의 양도세 강화도 공동소유 확산에 한몫했다. 공동소유하면 각자의 취득가격이 낮아져 양도세를 아낄 수 있다. 디에이치아너힐즈 공동소유자 박모씨는 “혼자보다 부부가 공동으로 소유하는 게 사회적으로 권장되고 더 바람직한 실수요 아니냐”고 따졌다.
부부 공동명의를 단독명의로 바꾸기도 쉽지 않다. 세금 부담 때문이다. 공동명의의 시세 15억원 주택을 단독명의로 변경하는데 증여세 등 4000만원이 든다.
윤희숙 의원은 지난 20일 국회에서 “젊은 부부들은 점점 여성이 경제활동을 같이하고 재산권을 함께 형성하는 추세이고, 고령 인구들도 공동명의를 권장하는 정부 정책에 따라 많이들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부부 공동명의에 대해 고령·장기보유 공제가 적용되지 않는 것을 "매우 이상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박일규 법무법인 조운 대표변호사는 “장기 보유, 낮은 납세 능력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르면 부부 공동명의라고 세액 감면을 제외하는 것은 차별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현석 단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다주택자를 겨냥해 규제를 강화할수록 1주택 실수요 보호에 더 철저해야 한다"며 "실수요가 불이익을 당하지 않게 세제 개선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출처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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