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억 더준다더니 4000만원뿐” 임대인 울리는 계약갱신청구권
3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63스퀘어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순식간에 도입된 전월세 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을 두고 혼란이 많다. 연합뉴스
서울 강북에서 보증금 8억원에 아파트 전세를 놓고 있던 박모씨는 분통을 터뜨렸다. 다음 달 말 2년 전세 계약 만기를 앞두고 지난달 보증금을 2억원(25%) 올리기로 임차인과 합의했다. 그런데 임차인이 지난달 31일 시행된 임대차계약갱신청구권을 쓰겠다며 기존 계약의 무효를 주장했다. 이 경우 임차인의 계약갱신청구권이 유효하고 임대인은 임대료를 상한인 5%(4000만원)까지만 올릴 수 있다.
[안장원의 부동산노트]
계약갱신청구권 시행 전 올린 임대료
청구권 활용해 5%로 낮출 수 있어
등록 임대주택 임대기간 2년 연장 가능
혹시나 해서 찾아본 국토부의 설명 자료도 임차인의 주장 그대로였다.
“임대인이 계약 만료 6개월 전부터 1개월 전까지 기간에 임차인과 합의를 통해 이미 계약을 갱신한 경우에도 개정 법률(5% 임대료 증액 상한 적용)에 따른 계약갱신요구를 할 수 있는지? 가능함”
박씨는 “세입자가 동의해 계약서까지 썼는데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 일방적으로 세입자만 유리하다”며 “다른 세입자를 구했으면 이런 일이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씨를 비롯해 기존 계약을 뒤집어야 하는 임대인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임대차 3법이 임차인 보호를 넘어 임대인에게 지나치게 불리하다는 아우성이다.
KB국민은행 조사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서울 아파트 3.3㎡당 평균 전셋값이 1537만원으로 2년 전보다 10.2% 올랐다. 송파구 가락동이 입주 2년 차로 전셋값이 급등한 9500여 가구의 헬리오시티 영향으로 가장 많이 올랐다. 3.3㎡당 1400만원에서 2120만원으로 50.5% 상승했다. 4억8000만원이던 84㎡가 2억4000만원 오른 7억2000만원이다. 계약갱신청구권을 쓰면 전셋값 인상 한도가 10분의 1인 2400만원이다. 시장 가격과 규제 가격의 차이가 너무 큰 것이다.
임차인에 불리하면 무효
대개 쌍방이 합의한 계약은 일방의 요구로 바꿀 수 없다. 그러나 임대차 3법의 시행으로 임대차 계약에선 일방이 변경할 수 있다. 세입자는 되지만 임대인은 안 된다. 이런 규정은 주택임대차보호법에 임차인 보호 취지로 명시돼 있다. “이 법에 위반된 약정(約定)으로서 임차인에게 불리한 것은 그 효력이 없다.”
이기형 변호사는 “계약갱신청구권이 시행된 후 임차인은 자신에게 유리하게 계약갱신을 요구할 수 있다”며 “기존 계약은 무효가 되고 5%를 초과하는 임대료는 ‘부당이득’이 된다”고 설명했다.
임차인이 계약갱신청구권으로 2년 더 임대를 보장받고도 언제든 나갈 수 있다는 점도 임대인 불만이 많은 사항이다. 계약갱신청구권 이후 임대인은 2년간 임대해야 하지만 임차인은 나가고 싶으면 3개월 전에만 임대인에게 통보하면 된다.
다만 임대인이 계약갱신청구권을 이행하지 않거나 5% 넘게 임대료를 올리는 데 대한 법적 제재는 없다. 계약갱신청구권을 담은 주택임대차보호법엔 벌칙이나 과태료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를 통해 다툼을 해결해야 한다. 예외는 있다. 임대주택사업자가 등록한 임대주택에서는 임대료를 5% 넘게 받으면 3000만원 이하의 과태료 처분을 받는다.
무더기 규제 강화의 폭풍 속에 서로 엇갈리는 규정 때문에 골치를 앓는 경우도 생기고 있다. 임대주택사업자가 대표적이다. 현재 등록 임대주택에 사는 임차인은 계약갱신청구권이 생기면서 2년 더 살 수 있다. 정부는 지난 7·10대책에서 등록 임대주택의 임대의무기간(4, 8년)이 끝나면 자동으로 임대주택 등록을 말소하기로 했다. 당시만 해도 임대인이 임차인을 내보내고 집을 팔거나, 늘어나는 세 부담을 반영해 등록 임대주택의 임대료를 올릴 수 있었다.
임대료
하지만 계약갱신청구권이 생겼기 때문에 임차인이 이를 활용하면 임대 기간을 2년 더 늘릴 수 있고 임대료 인상도 5% 이내로 묶을 수 있게 됐다. 국토부 관계자는 “등록 임대주택 여부에 상관없이 계약갱신청구권을 쓸 수 있다”고 말했다. 임대인 입장에선 말소 후 등록 임대주택을 매도하려던 계획이 계약갱신청구권에 발목 잡힐 수 있다.
계약갱신 요구 기간에 매수해야
실거주 목적의 주택 매수에도 계약갱신청구권이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임차인이 계약갱신청구권을 쓴 뒤엔 매수하더라도 계약갱신청구권이 우선하기 때문이다.
매수자가 직접 들어가 살려면 계약갱신청구권을 쓴 계약 기간(추가 2년)이 끝나는 집을 매수할 때는 큰 문제가 없다. 그러나 계약갱신청구권을 쓸 수 있는 집을 사려면 계약만기 1개월(12월 10일부터는 2개월) 전에 매수해야 한다. 그래야 계약갱신 요구 기간이 끝나기 전에 실거주를 이유로 계약갱신을 거절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기간은 현재 6개월~1개월인데 12월 10일부터 6개월~2개월로 바뀐다.
예를 들어 임대차 계약만기 5개월 전에 임차인이 계약갱신을 요구한 경우 계약갱신 요구 기간 안에, 이를테면 3개월 전에 집을 판다고 보자. 임차인은 새 주인에게 다시 계약갱신을 요구해야 하고 새 임대인은 실거주를 이유로 거절할 수 있다.
그러나 계약 만료 1개월도 남지 않아 계약갱신 요구 기간이 지난 집을 사면 새 주인이 계약갱신을 거절할 수 없게 된다. 이때 매도나 매수 시점은 잔금까지 치르거나 소유권 이전 등기를 신청해 소유권이 넘어간 것을 기준으로 한다. 이기형 변호사는 “매수인이 미리 잔금을 치르기 힘들면 계약금을 더 주기로 하는 대신 매도인과 소유권 이전 등기 신청을 해두는 방법을 활용하는 경우가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출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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