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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무가 남성에 안좋다고요? 되레 찾아 먹어야 할 보약

2020. 6. 15. 10:34

율무가 남성에 안좋다고요? 되레 찾아 먹어야 할 보약

 

[더,오래] 박용환의 동의보감 건강스쿨(77)

매년 서양에서는 슈퍼푸드라는 이름으로 여러 가지 식재료를 소개하곤 한다. 브로콜리, 토마토, 귀리 등이 매년 슈퍼푸드에 올라 유명해졌다. 건강을 챙기는 식재료가 소개되어 많은 사람이 맛있게 먹고 건강까지 챙기면 참 좋은 일이다. 하지만 이런 슈퍼푸드가 서양식 기준에서 선택되기에 우리나라의 채소나 곡식, 특히 약초가 소개되지 않는 것은 조금 아쉽다. 의식동원이라 해서 먹는 것으로 치료한다는 지혜를 가지고, 한의학이라는 의학 체계를 만들 정도라면 초울트라 슈퍼푸드인데 말이다.

최근에는 귀리뿐만 아니라 퀴노아, 렌틸콩, 치아시드 같은 곡물도 소개가 많이 되고 있는데, 우리가 자주 먹는 곡식에도 이런 슈퍼푸드에 견줄만한 것이 많이 있다. 그중에 오해를 참 많이 받고 사는 율무를 소개하고자 한다.

먼저 율무에 관한 일화 하나를 들어보자. 한나라 광무제는 마원이라는 장수를 교지(지금의 베트남 지역) 쪽으로 원정을 보냈다. 마원은 병사들과 함께 용감히 싸웠으나 가장 힘들었던 점은 기후와 풍토병이었다. 덥고 습한 지역에 익숙지 못한 병사들은 다리가 붓고, 손발에 마비감이 찾아오다 결국 온몸이 붓는 괴질에 걸리기 일쑤였다. 마원이 살펴보니 적군들은 몸이 날렵한데 비결은 무엇일까 궁금했다. 한 지역을 정복하고 마을 사람에게 물어보니 곡식 중에서 ‘의이인’을 복용하면 좋다고 하여 끓여 먹어 보았더니 모두 붓기가 상당히 가라앉게 되었다. 마원도 이 곡식을 곁에 두고 자주 씹어 먹었다. 마원은 전쟁에서 승리를 거두고는 의이인의 덕을 보았다며 말하곤 했다.

율무에는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이 골고루 들어 있으며 비타민B 외에 철분, 칼슘, 식이섬유까지 풍부하게 들어 있어서 영양적으로도 상당히 좋은 곡물이다. [중앙포토]


전쟁 후에는 여러 전리품을 가지고 오게 마련인데 마원은 먹으면 몸의 습기를 빼 주는 효능이 마음에 들어 의이인도 한 수레 가득 싣고 왔다. 의이인은 하얗고 동그란 모양인데 멀리서 보면 마치 진주를 수레에 한가득 쌓아놓은 듯한 모양이었다. 마원이 여러 전리품을 조정에 보고했는데, 곡물인 의이인은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집으로 가지고 갔다. 이후 마원이 다시 전장으로 가서 죽고 나자 평소 마원과 사이가 나빴던 재상 양송이 임금에게 아뢰길 “마원이 일전에 전리품으로 진주를 한 수레나 가져 왔는데 보고를 하지 않았다”며 누명을 씌웠다. 광무제는 화가 나서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고 마원 일족의 재산을 몰수해 버렸다. 이에 마원의 아내 등이 다시 항명하며 억울하게 누명을 쓴 것이라 밝혀 재산을 돌려받게 된다. 이때부터 억울한 누명을 쓰게 된 일을 ‘의인명주방(薏仁明珠謗)’이라 부른다.

위의 일화에 나온 의이인이 바로 율무다. 아마 남방 정복을 갔을 때 다리부터 부어오르던 병은 각기병이 아닐까 추측해 본다. 율무 속에는 비타민 B1, 2가 많은데, 각기병은 비타민B1 결핍이 원인이라고 알려져 있다. 율무는 관절부종뿐만 아니라 신장의 기능이 부족해서 생기는 안면부종, 림프순환이 안 되어 생기는 수족부종, 암 환자의 복수부종 등에도 활용한다.

율무는 남성 정력에 안 좋다는 오해를 받고 있다. 이런 떠도는 소문은 어떻게 생겼는지는 모르지만, 어느 곳에서도 근거를 찾을 수 없는 말이다. 이런 오해로 잘 안 먹는 사람이 생각보다 많다. 오히려 율무에는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이 골고루 들어 있으며, 그중에서도 단백질 함량은 100g당 15g 정도로 현미보다 두 배나 많으며 라이신, 트립토판 같은 필수아미노산이 풍부해 단백질량으로만 따지면 오히려 남성에게 도움이 된다 할 수 있다.

비타민B 외에 철분, 칼슘, 식이섬유까지 풍부하게 들어 있어 영양적으로도 상당히 좋은 곡물이다. 최근의 연구에는 루테인이 많아 눈을 맑게 해 주는 성분이 있어 백내장을 예방하고, 시력 향상과 안구건조증 등을 위한 것으로 많이 소개되고 있고, 당뇨에도 도움이 되어 많이 응용하고 있다.

무엇보다 한의학에서 율무를 활용하는 것은 몸속의 습기를 빼내는 거풍습열(祛風濕熱) 작용 때문이다. 비타민B의 효능 때문이라 할 수도 있지만, 한의학에서는 개별 요소보다는 약의 성질에 더 초점을 맞추고 설명을 한다. 어쨌든 노폐물을 빼는 해독의 기능이 강하고, 수분 대사를 잘하게 도와준다고 설명할 수 있겠다.

그렇기 때문에 부어서 물살이 있는 사람이 살이 찔 때 도와줄 수 있는 훌륭한 치료제이기도 해서 한의원에서는 다이어트 클리닉에 많이 활용하고 있다. 다이어트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고, 체질에 따라 수십 가지 다른 약재들을 쓴다. 살결이 희고 물살이 많으며 잘 붓는 타입이면서 장운동이 잘 안 되어 변비 끼가 있고, 얼굴이나 피부에 가벼운 뾰루지가 있다면 딱 들어맞는 약재라 할 수 있다. 한방차 중 붓기 차에 율무가 들어가는 이유가 그 때문이다.

아 여기서 잠깐, 피부에도 참 좋은 약재가 의이인이기도 해서 피부 클리닉의 미백 치료 중에서 주요 약재로 쓰기도 한다. 피부에서는 독소를 빼는 작용 때문인지 일본의 연구에 의하면 사마귀를 없애는 쪽으로 연구가 많이 되었다. 다이어트뿐만 아니라 피부미용에도 좋기 때문에 슈퍼푸드 중에서 진정한 이너 뷰티를 위한 미용 식품이 되겠다.

대추율무죽. [중앙포토]


율무의 뿌리는 자궁수축 작용이 있어 유산을 일으킬 수 있다는 염려가 있으며, 열매인 율무도 성질이 냉하기 때문에 임산부에게 굳이 권하지 않는다. 또 열을 제거하는 효능이 있어 몸이 마르면서 소화가 안 되고 손발이 차가운 분은 피하도록 지도한다.

율무는 잡곡밥이나 미숫가루로 먹기도 하고 살짝 볶아서 차로 마시는 것도 좋다. 중국에서는 죽이 발달해 있다. 어떤 사람은 율무차 하면 달콤한 맛을 떠올릴 수도 있겠다. 나도 어릴 때 가장 좋아했던 음료 중의 하나가 율무차였는데 자판기에도 커피와 코코아 옆에 항상 율무차가 있어서 뽑아 먹곤 했다. 겨울에 걸쭉한 율무차를 따끈하게 한잔하고 나면 참 좋았다. 사실 이 율무차는 설탕과 첨가물이 엄청나게 들어가 있는 말 그대로 음료수일 뿐이다. 이런 율무차를 마시면 오히려 살이 더 많이 찔 것이다.

살짝 볶아 뜨거운 물로 우려낸 율무차는 맛 자체가 있는 듯 없는 듯 살짝 구수한 맛만 난다. 율무를 삶아서 신선한 야채와 함께 곁들여 율무 샐러드를 해서 먹어보자. 부기가 빠져 다이어트도 되고 피부도 반지르르하게 맑아지기를 기대해 보길 바란다.



[출처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