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앞에 나는 / 이해인
당신 앞에 나는 꼼짝도 할 수 없는 항아리에요.
비켜 설 땅도 없는 이 자리에서
당신만 생각하는 길고 긴 밤낮.
나는 처음부터 뚜껑 없는 몸이었어요.
햇빛을 담고, 바람을 담고, 구름을 담고,
아직도 남아 있는 비인 자리,
당신만이 채우실 자리.
당신 앞에 나는 늘 얼굴 없는 항아리,
기다림에 가슴이 크는 항아리에요.
'Literature(문학) > Poem(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달을 닮아 / 이해인 (0) | 2020.03.01 |
---|---|
달팽이 노래 / 이해인 (0) | 2020.02.28 |
당신의 숲속에서 1 / 이해인 (0) | 2020.02.23 |
당신의 숲속에서 2 / 이해인 (0) | 2020.02.19 |
당신을 향해 / 이해인 (0) | 2020.02.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