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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 막으려면 운동하라, 뉴런 늘어나 기억력 좋아진다

2019. 11. 23. 11:03

치매 막으려면 운동하라, 뉴런 늘어나 기억력 좋아진다

김은기의 바이오토크

수십 년 전 초등학교 친구 이름은 지금도 기억난다. 하지만 어제 만난 기업체 사장은 이름은커녕 얼굴도 기억나지 않는다. 왜 어떤 기억은 오래가고 어떤 건 쉽게 사라질까. 치매는 40대부터 증상 없이 생긴다. 어떻게 예방할 수 있을까. 최근 과학은 두뇌기억을 분자수준에서 들여다본다. 기억을 오래 남기고 싶은가? 기억참여 세포 수를 늘려라. 뇌가 싱싱하게 하라. 운동이 답이다.
 

기억은 뉴런들이 연결된 3D 회로
두뇌 양옆의 해마 중심으로 발생

많은 뇌세포가 참여해야 오래 기억
연결 회로보다 뉴런 숫자가 중요

자전거 30분 타면 뇌활동 2.5배 증가
운동하면 몸뿐 아니라 정신도 튼튼

기억은 두뇌 곳곳에서 동시에 일어난다. 해마(海馬)가 중심이다. 두뇌 양옆에 하나씩 있다. 엄지 손가락만 한 물고기 해마를 닮았다. 단기·공간·사건 기억이 주로 저장된다. 기억은 ‘물질’일까? 그 물질이 ‘Z’형태면 ‘Z’ 기억이 생기는 걸까. 아니다. 첨단과학이 들여다본 기억은 두뇌세포(뉴런)들이 특정모양으로 연결된 3D ‘회로’다. 올해 미 캘리포니아 공대 실험실을 들여다보자.
  
나이 들어도 해마 속 뉴런 수는 비슷
 
연구진은 1.8㎜ 초소형 카메라를 쥐 두뇌 해마부위에 삽입했다. 쥐 뇌세포(뉴런)에 전기신호가 흐르면 빛이 발생하는 광(光)유전자를 삽입시킨 쥐를 사용했다. 이 방법으로 어떤 뇌세포가 기억에 참여하는지를 알 수 있다. 이 쥐를 1.5m 흰색 복도를 지나가게 했다. 복도 좌우에는 검정색 기호(+- 등)들이 붙어 있다. 복도 끝을 지나면 두 갈래다. 한쪽에만 설탕물이 있다. 벽면 기호를 기억해야 설탕물을 마실 수 있다. 통로를 지나는 쥐 해마 기억세포(뉴런)들은 무슨 변화가 있을까. 해마 삽입 초소형 카메라로 뉴런 하나하나를 촬영했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복도를 지나면서 쥐는 기호, 공간, 설탕물 등 각종 감각 자극을 받는다. 그 자극은 전기신호로 두뇌 해마에 전달된다. 전기신호는 그물망처럼 서로 연결된 수많은 뉴런 사이를 ‘지지직~’ 흐른다. 뉴런그물망에 특정모양 전기회로가 만들어진다. 마치 북극하늘 오로라처럼 회로가 생긴다. 설탕물 찾기를 반복할수록 회로는 선명해졌다. S자 3차원 회로가 만들어졌다. 이게 기억실체다. 정리해 보자. 쥐가 벽면기호를 보며 설탕물을 찾을 때 해마 속 뉴런들은 S형태로 네트워크 회로를 만들었다. 이게 ‘설탕물 찾기’ 기억이다 (2019년 8월 사이언스).
 
뉴런그물망 사이 연결회로가 기억이라면 그 회로대로 뉴런들을 자극하면 그 기억이 재생될까. 재생된다. 미 스탠퍼드대학이 두뇌에 빛을 쬐어 기억재생에 성공했다. 연구진은 목마른 쥐가 물을 마실 때 어떤 형태 전기회로가 생성되는지를 미리 촬영했다. 21마리 쥐 두뇌 34군데 2만4000개 뉴런들 사이에 공통적으로 형성된 회로는 X자 형태였다. X회로가 쥐들 ‘목마른’ 기억이다. 연구진은 X형태 빛을 해마뉴런들에 쬐었다. 빛은 뇌세포에 삽입된 광(光)유전자로 인해 내부 전기신호로 바뀌었다. 그러자 놀라운 일이 생겼다. 물을 이미 충분히 마신 쥐가 또다시 물을 마시기 시작했다. 목마른 기억을 임의로 재생한 것이다. 연구진은 뉴런 그물망 전기회로가 ‘기억’의 실체임을 역으로 증명한 셈이다(2019년 4월 사이언스). 어떤 기억회로를 만들어 그대로 자극하면 그 기억이 심어진다는 이야기다. 그럼 어떤 기억이 오래갈까.
 
‘반지의 제왕’(2003년, 미국)은 인간, 호빗, 마법사, 엘프, 난쟁이 등 많은 종족 사이 갈등을 다룬 대서사시다. 등장인물도 많고 스토리도 길다. 이걸 잘 기억하려면 여러 명이 봐야 한다. 한두 사람이 특정 장면을 기억 못 해도 다른 사람이 그 부분을 보충해 주면 전체 스토리가 기억된다. 즉 기억을 오래가게 하려면 기억형성에 참여했던 뇌세포수가 많아야 한다.
 
지금까지는 뉴런-뉴런 사이 연결(시냅스)이 강할수록 그 기억이 오래간다고 여겼다. 실제로 외부감각이 강할수록, 그리고 자주 반복될수록, 달라붙는 접점(시냅스)이 더 많이, 더 강하게 만들어진다. 해마 단기기억은 이런 접점 사이 일시적 전기 회로다. 이 회로는 이후 점점 약해진다. 조금 전 먹은 식사 반찬이 무언지는 임시 전기회로 형태로 5~10분 간다. 하지만 이내 사라진다. 기억하고 싶으면 그 장면을 계속 되새겨야 한다. 오래 남는 기억은 세포 유전자들까지도 참여하여 연결점(시냅스)을 더 많이 만든다. 이른바 ‘기억 공고화’로 장기기억이 된다.
 
이번 ‘설탕물 기억’ 연구는 기억과정에 연결점(시냅스)보다 참여 뉴런숫자가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연구팀은 기억에 참여하는 1만3558개 세포 하나하나를 8개월간 직접 촬영해서 실제 그 놈이 열심히 일을 하는지, 농땡이 피는지를 측정했다. 측정결과 기억 핵심은 기억에 참여하는 세포, 즉 뉴런 숫자였다. 처음 설탕물을 찾아 마실 때는 뉴런이 몇 개 참여하지 않았다. 하지만 1.5m 복도를 자주 갈수록 참여하는 뉴런 수는 비례해서 늘어났다. 그 결과 튼튼한 ‘설탕물’ 회로가 만들어졌다. 튼튼한 회로는 시간이 지나도 전체 ‘윤곽’이 남아 있어 쉽게 재생된다. 실제 ‘설탕물’ 초기기억당시 전체 뉴런 중 40%가 기억했다. 10일 후에는 2,8% 뉴런만이 기억했다. 하지만 개별이 아닌 ‘전체 회로’, 즉 윤곽은 수주간 기억되고 있었다. 결국 관건은 참여 가능한 뉴런수다. 이걸 늘릴 수 있을까.
 
두뇌 용량은 40세 이후 매년 0.5%씩 줄어든다. 두뇌세포가 죽고 세포부피가 줄고 시냅스가 변해서다. 하지만 기억중추 해마는 가장 적게 줄어든다. 최근 컬럼비아대학 연구팀은 돌연사한 청년과 노인 28명 두뇌를 직접 ‘열어서’ 해마 속 뉴런숫자를 세었다. 나이 들어도 해마 뉴런 수는 비슷했고 신생 뉴런수도 같았다. 혈관생성, 시냅스 연결 상태가 조금 약했다. 나이 들어도 해마 기억자체는 그대로이고 기억속도가 좀 약해진다는 이야기다. 기억력을 늘려 보자. 어떤 방법이 최적일까. 확실한 방법은 운동이다.
 
올해 미 메릴랜드대학 연구는 솔깃하다. 30분간 실내자전거를 약간 숨찰 정도로 달린 후 두뇌 4곳과 해마활동도를 비교했다. 운동으로 두뇌활동도가 2.5배 높아지고 기억력이 좋아졌다.
  
매일 1시간 수영한 쥐 치매 안 걸려
 
운동

운동

더 구미가 당기는 소식이 있다. 매일 1시간씩 5주간 수영한 쥐는 치매유발물질(베타아밀로이드)을 주입해도 치매에 걸리지 않았다. 장수호르몬으로 알려진 ‘아이리신’이 근육뿐 아니라 해마에서도 생산되기 때문이다. 이 호르몬은 ‘두뇌 영양인자(BNDF)’를 높여 시냅스 연결을 높이고 뉴런숫자를 늘린다. 치매환자는 이 호르몬이 40%나 적다. 이놈이 치매를 예방하고 기억력을 높인 거다. 더구나 이 기특한 놈은 몸속 갈색지방을 활성화해서 뱃살도 줄인다. 장수촌 노인들이 몸뿐만 아니라 정신까지 튼튼한 비결이 이놈 때문이란 반증이다(2019, 내쳐메디신). 적절한 운동으로 두뇌를 지키자.
 
헬렌 켈러는 말한다. “아름다운 인생은 사랑했던 기억들 모음이다.” 기억을 지키자.
 
감정 실어 주위 배경으로 스토리 만들면 오래 기억
어떻게 기억해야 가장 오래갈까. 꽉 막힌 책상에 앉아 달달 외우기는 효과가 별로다. 기억력 세계대회 20개 우승 천재(얀자 윈터소울, 스웨덴)를 보자. 3자리 숫자 500개를 10분 만에 완벽하게 외운다. 그의 비법은 숫자를 이미지, 스토리화하기다. 3자리 숫자를 단어로 만든다. 자주 다니던 거리 물건들과 단어를 연결하여 스토리로 만든다. 두뇌 과학적으로는 공간(해마)-감정(편도체)-스토리(대뇌) 합작하기다(2019년, 네이처 커뮤니케이션). 노을 지는 해변에서(공간), 가슴이 벅차오르는 연애경험(감정)을, 친구에게 이야기(스토리)한다면, 그 기억은 죽어도 잊을 수 없다.

 

[출처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