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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화기계 암 가운데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많이 걸리는 암은 위암이다. 하지만 대장암이 이에 못지않게 가파르게 증가했다. 한국 대장암 발병률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 암 연구소에 따르면 2015년 국내 대장암 발병률은 인구 10만 명당 45명이다. 조사 대상 184개국 중 가장 높은 적이 있을 정도로 대장암 발생률이 많이 증가하고 있다.
급증의 원인은 서구식 식생활, 더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면 과도한 육류 섭취, 특히 고지방식이라고 알려져 있다. 대장암으로 인한 사망자도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 2017년 암 통계 자료에 의하면 대장암 사망률(인구 10만명당 17.1명)이 위암 사망률(15.7명)을 추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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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내 대장암 발병률 줄어
1960년대 이후 경제 성장과 함께 지난 50년간 우리나라 사람들의 식이와 생활 방식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 이는 대장암이 증가하는 원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대장암 발병이 늘어난 원인을 우선 생활습관 변화에서 찾을 수 있다. 식생활은 대장암 발병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환경 요인이다. 동물성 지방을 비롯해 칼로리가 높은 음식을 먹으면 대장암 발병 우려가 크게 오른다. 소고기·돼지고기 등 적색육, 햄·베이컨 등 가공육은 물론, 라면 같은 가공 탄수화물 식품도 해롭다.
서구화된 식이는 서양 국가 내에서도 많은 차이가 있기 때문에 정확한 정의를 내리기는 어려우나 일반적으로 돼지고기나 소고기 같은 적색육이나 햄, 베이컨 같은 가공육, 그리고 흰 빵과 같은 정제된 탄수화물 위주의 식사다. 일반적으로 쌀을 위주로 하는 우리나라의 식이에 비해 영양 집약적이다.
미국에서 태어난 일본인이 일본에서 태어난 사람에 비해 대장암 발생이 남자는 2배, 여자에서는 40% 증가했다. 하지만 브라질에 이민을 간 일본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대장암 발생이 증가하지 않았다.
미국에 거주하는 한국인 이민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한국인 이민자가 한국에 거주하는 사람에 비해 대장암 발생의 위험이 남성에서는 56%, 여성에서는 50%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구화된 식사와 생활 방식이 대장암 발생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에 대한 많은 연구가 이루어졌고, 인과관계에 대한 상당한 증거가 제시됐다.
활동량 부족도 대장암을 키우는 요인 중 하나다. 활동량이 줄면 대변 속 발암물질이 장 점막과 접촉하는 시간이 늘어나 발암 가능성도 함께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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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슐린 증가, 종양 형성에 관여
비만이나 신체 활동의 감소로 인해 인슐린 저항성이 발생하게 되면 고인슐린혈증과 인슐린유사성장인자-I (IGF-I)의 분비가 증가하게 된다. 증가한 인슐린과 인슐린 유사 성장호르몬은 세포의 성장을 촉진하고 세포사멸을 억제해 궁극적으로 종양 형성에 관여하게 된다. 체질량지수로 평가한 환자-대조군 연구와 코호트 연구에서 비만은 대장암 발생 위험을 증가시켰다.
정제된 탄수화물 섭취의 증가도 인슐린과 ICF-1의 증가를 가져와 대장암 발생을 증가시킨다. 체질량지수가 30 이상인 경우에는 대장암 발생 위험이 40%까지 증가시킨다. 우리 식단에서 점차 단맛의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 서구인보다 췌장 분비능력이 낮은 한국인에게 설탕, 과당 단당류의 섭취 증가는 대장암 발생위험을 높일 수 있다.
가공육류와 고칼로리 식단이 암 발생의 위험을 증가시킨다면, 그러면 왜 이들 식사를 위주로 하는 서구인의 대장암 발생은 왜 우리보다 적은가. 한국인은 역사적으로 가공육류와 고칼로리 식단에 익숙하지 않다. 결론적으로 한국인의 신체는 대장암에 취약한 것이다. 그래서 한국인은 섬유소, 항산화제가 풍부하게 함유된 우리 몸에 맞는 한식 식단을 가져야 한다.
대장암은 대부분 대장의 양성종양 중 선종성 용종으로부터 시작된다. 용종은 대장 점막에 생기는 사마귀 같은 혹이다. 대장 용종 크기가 클수록 대장암 발생률이 높다. 전에 없이 설사나 변비가 나타나거나 횟수에 변화가 생겼을 때, 또 혈변이나 지속적인 복부 통증이 나타날 때 대장암을 의심해볼 수 있다.
대장암 대표 증상 중 하나는 갑작스러운 배변습관의 변화다. 증상이 없다고 하더라도 50세 이상은 매년 대장암 검사를 무료로 받을 수 있으니 대장암 조기 검진을 받는 것이 좋다. 대변에서 혈변이 나오는지를 검사하는 ‘분변 잠혈 반응검사’에서 이상이 있으면 대장 내시경을 시행한다.
대장암 발병 연령이 점차 낮아지는 추세이므로 위험인자가 있으면 45세부터는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는 것을 추천한다. 검사 도중 발견되는 대장 용종은 즉시 제거할 수 있어 근본적인 예방에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