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terature(문학)/Poem(시)

어느 노인의 고백 / 이해인

2019. 2. 20. 21:44

 

 

 

 

 

 

 

어느 노인의 고백 / 이해인

 

하루 종일

창 밖을 내다보는 일이

나의 일과가 되었습니다


누가 오지 않아도

창이 있어 고맙고

하늘도 구름도

바람도 벗이 됩니다


내 지나온 날들을

빨래처럼 꼭 짜서

햇살에 널어두고 봅니다


바람 속에 펄럭이는

희노애락이

어느새 노을빛으로

물들어 있네요


이왕이면

외로움도 눈부시도록

가끔은

음악을 듣습니다


이 세상을 떠나기 전

내가 용서할 일도

용서받을 일도 참 많지만

너무 조바심하거나

걱정하진 않기로 합니다


죽음의 침묵은

용서하고

용서받은 거라고

믿고 싶어요


고요하고 고요하게

하나의 노래처럼

한 잎의 풀잎처럼

사라질 수 있다면

난 잊혀져도

행복할 거예요

 

 

 

'Literature(문학) > Poem(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어느 꽃에게 / 이해인  (0) 2019.02.24
어느 아침 / 이해인   (0) 2019.02.22
어떤 별에게 / 이해인  (0) 2019.02.18
어떤 기도 / 이해인  (0) 2019.02.15
어떤 후회 / 이해인  (0) 2019.0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