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되면서 미국 동북부 주말을 이용해 단풍여행을 다녀오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뉴욕 인근의 단풍은 10월말 정도가 절정에 이를 것이라고 한다. 숲이 많고 산이 많은 만큼 뉴욕 일원의 단풍은 정말 아름답다. 한국과 같이 4계절이 뚜렷하고 활엽수와 침엽수가 적당히 섞여 있는 뉴욕의 가을 즐기기는 단풍구경이 으끔이다. 한국에서도 내장산 단풍구경이 유명하고, 세계적으로는 마추픽추 올라가는 길과 만리장성 주변의 단풍이 유명하다.
미국 동북부 일원에서 최고의 단풍을 즐길 곳으로는 단연 스모키 마운틴과 뉴햄프셔가 꼽힌다. 스모키 마운틴은 입구인 워스트 버지니아 부터 테네시까지 이어지는 산맥이다. 그러나 이곳을 다녀오려면 최소한 3~4일은 필요하다. 보스톤 북쪽의 캐나다와의 국경지역인 뉴햄프셔주는 땅은 넓고 산이 높고 다양하다. 그러나 인구는 얼마 되지 않기 때문에 주 전체가 자연 그대로이다. 그러나 뉴욕에서는 8시간 이상 운전을 해야하기 때문에 거리로는 서울/부산 왕복에 해당된다. 왕복하는데 운전만 16시간으로 단풍구경을 떠나기는 상당히 부담스럽다.
뉴욕 근교에서 캣츠킬 마운틴도 딘풍으로 유명하지만, 뉴욕에 사는 사람들이라면 자주 다녀온 곳이라 경치가 너무 눈에 익어버렸다. 물론 여기에서는 내려오는 길에 세계 최대의 아웃렛 몰인 우드버리 아웃렛에 들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단 이 장점은 여자들에게만. 남자들 발 잘못 들였다가는 짐꾼 노릇만 하다가, 저녁을 굶는다는 전설도 있다.)
내가 추천하는 뉴욕인근의 최고의 (가족 동반) 단풍 구경은 좀 더 북쪽의 코네티컷주의 에섹스 카운티의 단풍구경이다. (Essex Steam Train) 차를 몰고 가서 동네 산을 돌아보고 오는 것이 아니라, 실게 이어진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는 땅과 호수에서 단풍을 감상하는 방법이다.
차를 몰고 에섹스 증기 기차역으로 가면 (95번 고속도로의 Old Lyme에서 9번으로 빠져서 약 15분 거리에 있다. 무료주차) 매 시간마다 옛날 모습의 나무 의자를 갖춘 100년 된 증기 기관차가 출발한다. 증기기관차는 아무도 살지 않는 딥리버와 체스터 카운티의 시골길을 시속 20마일로 천천히 운행한다. 옛 차장 복장을 한 안내원의 구수한 설명은 덤이다. 두말할 나위없이 도로도 없고 사람의 손을 타지 않은 기찻길 옆 단풍은 대단히 아름답다.
기차에서 내리면 배가 기다리고 있다. 이 배는 약 1시간 15분 정도 스팀보트를 타고 코네티컷 강을 거슬러 올라간다. 이 강의 양옆으로는 산들이 둘러싸고 있기 때문에 양쪽의 단풍과 물에 비친 단풍의 화려함은 마치 환상에 세계에 들어온 착각을 일으키기에 충분하다. 날씨가 맑은 날은 높고 푸른 하늘과 어울려 마치 한폭의 수채화 같은 모습이다. 호수 위에는 백조가 떠 있고 하늘에는 종달새가 노래한다.
선상 관람을 마치고 돌아오면, 다시 전용기차를 타고 출발지로 돌아오는 여정으로 라운드트립에 약 2시간 반이 소요된다. 이 기타는 매주 목,금,토, 일요일에만 운행된다. 강의 끝에 있는 질렛캐슬(면도기 회사인 질렛을 만들어 떼 돈을 번 재벌이 산위에 별장을 지었다. 지금은 무너진 폐허다.) 까지 하이킹을 하는 프로그램은 5시간 반이 걸린다.
기차와 배를 포함한 왕복 요금은 성인이 27~39달러이다. 39달러 짜리 1등석은 벽에 붙은 긴 나무의자 대신에 푹신한 개인용의자가 제공되는 차이가 있다. 사실 예전 30년대식 단풍놀이를 하면서 구테여 1등석을 탈 필는 없을 것 같다. 저녁식사를 하면서 단풍구경을 하는 디너프로그램은 1인당 80~100달러 (팁과 세금 별도)이다. 그러나 이 프로그램은 하루에 한번 운행하기 때문에 적어도 두세달 전에 예약이 마감된다. 이 기차에서는 술은 마실 수 없다. 이 곳에 오기 위해서 대중교통편이 없기 때문에, 관광 후 운전을 할 것이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
오후 기차는 모두 미리 솔드아웃(완판)이 되기 때문에 예약은 필수다. 단풍시즌이 끝나면 배는 운행하지 않기 때문에 기차만 탈 수 있는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그 이후에는 기차안에서 어린이들을 위한 쑈를 진행하는 북극열차(노스폴 익스프레스)가 진행된다. 요금은 요일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일인당 65달러 정도다. 돌아오는 길에 근처에 있는 몇 개의 아웃렛 몰에 들리거나 혹은 항구도시인 미스틱에 들려 뢉스터 디너를 즐기는 것도 뉴욕의 가을을 보내는 방법이다.
[출처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