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c.(기타)/collection(모음집)

가을 욕심

2015. 11. 3. 18:45

 

 

 

 

 

 

가을 욕심

지금쯤,
전화가 걸려오면 좋겠네요.

그리워하는 사람이
사랑한다는 말은 하지 않더라도 잊지 않고 있다는
말이라도 한번 들려 주면 참 좋겠네요.

지금쯤,
편지를 한 통 받으면 좋겠네요.

편지 같은 건 상상도 못하는 친구로부터 살아가는
소소한 이야기 담긴 편지를 받으면 참 좋겠네요.

지금쯤 누군가가
나에게 보내는 선물을 고르고 있으면 좋겠네요.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예쁘게 포장하고
내 주소를 적은뒤,우체국으로 달려가면 참좋겠네요.

지금쯤,
내가 좋아하는 음악이 라디오에서 나오면 좋겠네요.
귀에 익은 편안한 음악이 흘러나와 나를
달콤한 추억의 한 순간으로 데려가면 참 좋겠네요.

지금쯤,
누군가가 내 생각만 하고 있으면  좋겠네요.
나의 좋은 점, 나의  멋있는 모습만 마음에 그리면서
가만히 내 이름을 부르고 있으면 참 좋겠네요.

지금쯤 가을이 내 고향 들녘을 지나가면 좋겠네요.
이렇게 맑은 가을 햇살이 내 고향 들판에 쏟아질 때
모든 곡식들이 알알이 익어가면 참 좋겠네요.

'지금쯤' 하고
기다리지만 아무것도 찾아오지 않네요.

이제는 내가 나서야겠네요.
내가 먼저 전화하고,편지 보내고,
선물을 준비하고,
음악을 띄워야겠네요.

그러면 누군가가 좋아하겠지?
나도 좋아지겠지요.

이 찬란한 가을이 가기 전에.

-정 용철 /마음이 쉬는 의자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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