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를 따라가고
있습니다
가을 길모퉁이에 피어 있는 들국화도
지나가는 이들이 한번이라도 더
보아 주기를 원하며 이슬 머금은 꽃잎을
갸날프게 흔들고 있습니다
눈빛이라도 마주치면 금새 환한 얼굴이 되어
아침 햇살에 자기 자태를 꼿꼿이
세우고 도도하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잠시 후 겨울이 오면 목을
세우고 있던 줄기도 힘없이 무너져 내려
차가운 땅에 몸을 눕히고
하늘을 바라보고 있을 텐데
허무하게 사라져야 하기에 지금 있는
아름다운 꽃잎이 애증이 되어
아쉬움의 끈으로 붙들어서 차마
버리지 못하고 계속해서 뒤를
돌아보고 있습니다.
눈에 선하게 보이는데 그것이 나 혼자만의
즐거움이라면 그래도 덜 아쉬울 텐데 나보다
다른 이들이 더 아쉬워하고 있습니다.
처음부터 주지 않았다면
이렇게 까지 무겁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아쉬워 하는 눈을 외면하면서
차마 돌아설 수 없습니다.
오늘 눈을 질근 감고 영혼을 바라봅니다.
청순하기 그지없던 들국화는 없어지고
보석보다 빛나는 아름다움에 내 들국화를
미련 없이 버리고 그대를 따라가고 있습니다.
출처 : 월간 좋은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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