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c.(기타)/collection(모음집)

노를 닮은 우리 아버지

2013. 10. 17. 21:28


 

(산사나이와이에스/사진)

  

노을 닮은 우리 아버지/ 백아 고경숙 

                        

세월이 가지 않고 멈추면 좋겠다

아흔을 넘기신 아버지가

불편해진 거동을 부축 받으시며

소리도 내지 않고 우신다.

 

"암만해도 죽을랑가 보다"

 

하얗게 내린 서리꽃을 머리에 이고

걸음마 연습하는 돌 지난 아이처럼

오셨던 길을 다시 가시며

이순이 지난 딸의 손을 꼭 붙잡고...

 

"천천히 걸어요" 

 

헉헉거리는 숨소리에

제 가슴도 찢어질 듯 아파요 아버지

 

톡톡 지팡이 소리만이

심야의 병동에 울릴뿐

 부녀는 그만 실어증을 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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