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terature(문학)/Poem(시)

빈 꽃병의 말 2 / 이해인

2019. 8. 1. 21:07

 

 

 

 

 

 

빈 꽃병의 말 2 / 이해인

 

꽃들을 다 보낸 뒤

그늘진 한 모퉁이에서

말을 잃었다


꽃과 더불어 화려했던

어제의 기억을 가라앉히며

기도의 진주 한 알

입에 물고 섰다

하얀 맨발로 섰다


아무도 오지 않는 텅 빈 가슴에

고독으로 불을 켜는

나의 의지


누구에게도 문 닫는 일 없이

기다림에 눈 뜨고 산다

희망의 잎새 하나

끝내 피워 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