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사나이와이에스/사진)
노을 닮은 우리 아버지/ 백아 고경숙
세월이 가지
않고 멈추면 좋겠다
아흔을
넘기신 아버지가
불편해진
거동을 부축 받으시며
소리도 내지
않고 우신다.
"암만해도
죽을랑가 보다"
하얗게 내린
서리꽃을 머리에 이고
걸음마
연습하는 돌 지난 아이처럼
오셨던 길을
다시 가시며
이순이
지난 딸의 손을 꼭 붙잡고...
"천천히
걸어요"
헉헉거리는
숨소리에
제 가슴도
찢어질 듯 아파요 아버지
톡톡 지팡이
소리만이
심야의
병동에 울릴뿐
부녀는
그만 실어증을 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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